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너
아픈 손가락이 하나 있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어린 남동생. 이제 열일곱인 너는 여느 열일곱 답지 않게 착하고 순박하다. 언제나 나와 전화를 끊을땐 먼저 사랑한다고 말하고, 가끔 셀카도 찍어 보낸다. 갑자기 시간 있냐며 중요한 일을 나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 시시콜콜한 얘기를 누나한테 계속 한다… 받아주는 사람이 나뿐인건지.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숨어들어가는 시간이 있다. 그 시간에 나를 기다려주고 살살 대하다가 꺼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것은 그 시기를 조금 지나면 알게 된다. 나의 열일곱은 어땠지? 나보다 어른스러운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내가 너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줄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기쁘게 너를 반겼다.
너는 알수록 순하고 겁이 많았다. 그래 그렇게 바보처럼 섬세한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은 잘 받아줘야한다. 가끔 귀찮아도 핀잔주듯 말하면 두더지처럼 쏙, 눈 앞에서 사라지는 꼴을 낸다.
주로 대화하는 것은 자기 관심사. 사진 찍는 것이 재미있다, 그림을 못 그리는데 하고 싶다, 베이스가 요즘 재미있더라.. 등등. 관심은 많다, 예술적 기질도 있다. 뭔가를 제대로 시작하고 싶어했다. 베이스를 선택할까 고민도 했더랬다. (베이스 시작하면 잘 치게 생겼다ㅎㅎ)
그러나 몸이 따르지 않았다. 너는 시작해보기도 전에 온갖 걱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할 수 없을 거라며 같은 이야기를 몇 번이고 했다. 무기력한듯 "나는 원래 그래" 따위의 말을 했다. 열일곱의 머리에서 나올 수 있는 걱정은 아니었다. 아마 어디선가 주섬주섬 듣고 봤겠지.
언제나 생각을 걷어내는 것이 먼저다. 잠깐 멈춰 제대로 된 생각을 하라고 나는 조언했다. 걱정은 글로 써서 구분해보라고, 너무 많은 생각은 하등 도움 되지 않으니 가장 중요한 것들만 골라 생각해보라고. 미리 알고 시작할 수 없으니 어느정도 예상 후에는 용감하게 선택하는 것이 사는 것이라고.
해보기 전에 할 수 없다고 굳이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 너는 너를 얼마나 알고 있니?.. 내가 보기엔 너는 할 수 있는데 말이다. 안 되는 이유는 그만 생각해. 그 생각은 틀렸으니까. 모르겠다고 말하지는 말고 생각을 결정해. 휘둘릴 필요 없어 차라리 화를 내봐. 많은 것을 알려고 하지 말고 일단 시작하고 뒤는 두고 봐…
할 수 있다고!
그런 이야기를 한창 하다보니 또 다른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떤 생각에 휘감겨 다른 결론으로 갈 수 없는 겁 먹은 너희들. 내 주변에 그런 사람이 꽤 있더라. 차마 이들에게 정신 차리라고 크게 소리칠 수는 없고, 안타까운 마음에 노래말을 썼다. 1집 수록곡 <너 말이야>의 가사는 그렇게 나왔다.
하고싶은 말이 많았다. 처음엔 한 방 세게 날려주고 싶기도 했다. 정신 번쩍 들게말이다. 맥이 빠진건지, 마음이 약해졌는지..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그냥 이 정도의 말로 봐줬다. 이제 그만하고 털어내기를 간절히 바라며. 언제든지 너를 기다리고 있다는 티를 내며.
+
특별히 가사를 첨부한다. 이 글이 필요한 또 다른 너를 위해.
너 말이야
겁 먹은 너의 그 눈빛을 알아
너를 좀 봐 휘둘리고 있잖아
그래 모든 처음을 알 수는 없지만
두려움에 빠져 헝클어진 벅찬 얼굴
그대로 멈춰서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없어 넌
다시 이전처럼
그대로 깊은 생각에 매여 떨어져
바라왔잖아, 헤어나
거기 잠시 멈춰 네 꼴을 좀 봐
눈물 흘려 후회하자는건 아냐
먹먹한 가슴은 뒤로 하고서
이제 그만 일어나 눈을 뜨고 나와야지
그대로 멈춰서
이대로 넌 생각을 할 수 없어 오
다시 이전처럼
그대로 깊은 허공에 매여 떨어져
이제 일어나, 겁 내지는 마. 헤어나
너 말이야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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