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싱송에서 키보드 싱송으로, 블루스에서 알앤비로
나의 음악 방향성은 현재 두 갈래로 가고 있다.
작년 여름, 블루스 학도의 길을 가겠다 돌연 선언. 이후 블루스 기타리스트 진성윤씨에게 블루스 과외를 받고 Blues의 B를 알게 되었다. 블루스 좀 늘었다는 소문만 무성한 채 대선배 뮤지션 SSAM의 레이더망에 걸리고 피아노 세션으로 발탁. 이 외에도 딜라이트의 데뷔 앨범 세션 및 리조이 공연 세션으로 바빠짐.
이렇게 최근 반 년 간은 프런트맨에서 서포터로, 영상을 찍히는 사람에서 찍는 사람으로(누누이 말하지만 내가 음악을 하지 않았다면 난 영화감독을 했을거다), 무대 위에서 쉬지 않고 말해야 하는 퍼포머에서 입안에 음식물을 몰래 넣어도 지장이 없는 연주자로 그렇게 지내왔다. 나는 무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싱어송라이터의 길을 택했지만 한동안은 이런 서포터의 라이프를 즐겼다.
(신났네)
그러다 최근 ‘내 음악’을 많이 건들이지 못했음을 느꼈다. 하지만 뭐 인생에서 이런 시기도 있고 저런 시기도 있는 거니까. 지금이 바로 ‘이런 시기’에서 ‘저런 시기’로 넘어가려는 지점인 듯 하다.
1) 블루스 & 알앤비
작년에 나의 전재산을 털어 미국남부여행을 다녀왔다. 한창 블루스를 스터디하고 있을 무렵 블루스의 본고장을 방문한 것이다. 우리의 여행은 남부 중에서도 가장 시골인 잭슨에서 점점 도시로 올라가는 루트였다. 한 가지 인상 깊었던 점은, 요즘 사람들이 100년 전의 미국음악을 계승한 음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아는 알앤비, 소울 같은 것들이다. 21세기의 미국 음악씬에서 뿌리가 잘린 음악이 아니라 뿌리를 타고 올라온 음악이 울려퍼지는 광경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옛날 블루스맨들의 계보를 이어받은 것, 그러나 그냥 깡 블루스를 한 게 아니라 계속해서 발전시킨 것. 이것이야말로 수준이 아닐까 생각했다.
(21세기의 빌스트리트)
이 감동을 이어받아 블루스와 함께 알앤비를 많이 시도하려 한다. 근본있는 알앨비로 말이다. 무작정 깡블루스를 고집하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블루스(=알앤비)를 하는 것이 멋있다는 것을 여행을 통해 알게 되었다. 작년에는 블루스 피아니스트로 활동했다면 올해는 블루스 싱어로써 도전하려 한다.
2) 키보드 싱송
얼마 전 U2의 [Zooropa]라는 앨범을 만났다. 듣자마자 와 이거다…! 완전 반해버렸다. U2만의 리얼 밴드 사운드와 미디가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전혀 시도해보지 않은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물론 난 무분별한 미디 사운드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밴드음악과 싱어송라이터를 고수한다고 해서 미디음악을 배척하는 건 지혜롭지 못하다 생각한다. 미디를 적절히 믹스한다면 그냥 밴드 음악보다 더 강력하고 오감을 자극하는 음악이 탄생할 것이다.
핵심은 ‘적절히’. 흔한 댄스곡 사운드 이거나, 너무 미디로 치우쳐 있거나, 아니면 그냥 리얼 사운드거나... 이런 건 많다. 하지만 적절하고 품위 있는 밴드+미디 음악은 많지 않다. 어떻게 하면 품격있고 적절하게 두 가지를 믹스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을 나는 ‘철학’에서 찾으려 한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느냐 보다 어떻게 하냐 일 것이다. 무슨 기술을 사용하냐 보다 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 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 ‘어떻게’를 어떻게 할 것이냐. 사실 말하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철학으로 무장한 나의 두뇌가 굉장히 신박하면서도 훌륭한 생각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 믿는다.
피아노 싱송도 멋지지만 키보드 싱송으로 활약할 예영싱을 기대해주길 바란다.
두 방향성이 상충되는듯 하지만 그렇기에 올 한 해가 무척이나 기대된다. 나의 음악이 어떻게 흘러갈지 전혀 예측이 안된다. 아직 나는 많은 것들을 시도할 수 있을만큼 젊고 건강하다!
멋지게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해 한해가 다른 이유는 당신의 나이 때문이 아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