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끓는 청춘 졸업식 D-7
최근에 계속해서 생각하는 것이 있다.
‘내가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아내의 출산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더욱이 그렇다.
뒤이어 ‘내가 좋은 아빠가 될 수 없는 이유’ 수십가지가 머릿속에서 줄을 선다.
그 이유중 하나는 내가 운전할 때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운전을 하는 독자들은 충분히 이해하리라 생각하지만, 운전을 하다보면 화가날 때가
종종 있다. 사람에 따라서 정도가 다를 수 있겠지만 분명히 그런 순간이 온다.
내 앞 차의 운전자를 온 마음을 다해 저주하고 싶은 순간. 가끔은 그 저주가 입 밖으로
나온다. 그런데 그 때 자동차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가사는 “주님 사랑합니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다. ’아, 이러면 안되지.‘
요즘 한국에 들어와서 운전할 일이 많다보니 정말 이런 일들이 꽤 있었다. 그럴 때마다
처음에는 분노로 씩씩거리다가도, 점차 그 마음은 부끄러움으로 바뀐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이런 내가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피가 끓는다.
깜빡이도 안켜고 끼어드는 차에게 시끄럽게 경적을 울려주고 싶다.
한 대 맞으면 두 대로 갚아주고 싶다.
융통성없는 구청 직원과 속이 풀릴 때까지 말다툼을 하고싶다.
게으르면서 신세한탄만 하는 사람들에게 면전에다가 똑바로 살라고
욕 한바가지에 팩트폭격을 날리고 싶다.
피끓는 김사무엘이 결혼을 했다.
여기까지는 좋다고 치자.
근데 아기가 생겼다? 이건 다른 문제다.
더이상 이렇게만 살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내 안에 이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어찌해야 하나?
게다가 요즘 나 스스로를 들여다보면
‘억울함’이 많이 남아있는 것 같다.
이것의 원인을 추측해보자면, 우리 아버지는 늘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해서 강조해오셨다.
부당한 일을 당해도 항상 그대로 갚아주지 않고 참았다.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 늘 해외에 계신 선교사님들을 후원해드렸다.
아버지는 늘 재정이 어려운 작은 교회들에서만 목회자로 섬겼다.
존경스러운 삶이고, 어떤 면에서는 최근 묵상하고 있는 다윗과도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면 굉장히 훌륭한 그리스도인 아닌가?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그 뒤에 남겨진 것들이 보인다.
상처받은 몸과 마음을 싸맬 틈도 없이 그 뒤를 따라가느라 지친 엄마.
그 상황들을 지켜보면서 ‘나는 당하고만 살지 않겠어’ 라고 다짐하며 커온 나.
나도 모르는 새에 이것들이 뒤엉켜 내 마음속 한 켠에 작은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그리고 그 소용돌이는 이따금씩 토네이도가 되어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좋은 아빠가 되기는 정말로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뮤지션이 된다고 좋은 아빠가
될 수는 없다. 사람들은 착각한다.
바깥에서 하는 일들이 안에서도 똑같이 인정받을 것이라고.
예컨데 내 연주가 훌륭하기에 아빠노릇도
훌륭하게 해내고 있을 것이라고,
또는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천만에 말씀이다.
완전히 다른 류의 노력과 자질이 요구된다.
적어도 우리 가족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좋은 남편, 아빠인가?
여러 답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가족에게 인정받는 사람’이다.
내 아내인 아미에게 인정받으면 나는 성공한 남편인 것이다.
내 딸 루아에게 인정받으면 성공한 아빠인 것이고.
밖에서 아무리 훌륭한 일을 한다고 해도, 나와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사랑받고
인정받지 못한다면 그 인생이 얼마나 비참한가?
아직도 피가 끓는다.
나 자신을 주체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제 슬슬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야 한다.
아내를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물론 언더독의 불같은 패기는 계속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나님 앞에서 항상 가난한 심령으로 있을 것이다.
노래와 연주도 기가막히게 하고, 곡도 아주 멋진 곡들을 써낼 것이다.
동시에, 내 가족을 최우선으로 사랑하고 섬길 것이다.
적어도 그리하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
내 인생에서 소중한 것들, 소중한 것을 대하는 법에 대해서 깨달아간다.
이 점은 특히 마마세이 공동체의 구성원들을 보며 많이 배운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칠 것이고 때로는 죽쒀먹을 때도 있을 줄 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것 또한 인생인 것을. 그저 하나님 앞에 살려고 몸부림 칠 뿐이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뿐이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훌륭한 사람, 훌륭한 그리스도인이다.
나의 멘토이신 예수님의 발치에 매일 1센치라도 더 가까이 갈 수 있다면 그걸로 됐다.
성령님의 도우심을 간절히 바라는 요즘이다.
하나님의 능력과 지혜를 나에게 부어주시기를 기도하며 소망한다.
좋은 남편, 좋은 아빠라는 말을 들을 만한 사람이 되는게 어려운 일이란걸 느낍니다. 인생에서 다른 지점을 향해 가고 있는 SSAM의 삶을 응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