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하게 음악하기
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우리의 어린시절 감동을 선사해주었던 ‘픽사’에서는 스토리텔링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요즘은 릴스나 쇼츠 같은 스토리가 없는 짧은 세로영상이 유행한다. 하지만 이것이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와는 반대되는, 인간성을 마비 시키는 것이라 생각한다.
마마세이에서는 앨범을 발매할 때마다 뮤비, 제작 비하인드와 같은 다양한 영상 컨텐츠를 남긴다. 음원을 위한 컨텐츠로 시작했지만 영상 자체로 작품인 것들도 꽤 많다.
올해는 나의 정규앨범 발매가 계획되어 있다. 처음에는 늘 하던대로 영상을 만들려다가 생각을 바꾸었다. 몇 분 짜리 짧은 영상을 많이 만드는 게 아니라 하나의 긴 영상(단편영화)을 만드는 것이다. 작품 하나를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는지, 또 한 곡 한 곡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등 이 모든 과정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나는 마마세이에서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정말 사랑한다. 우리끼리 늘 하는 얘기가 “우리는 일하는 게 아니라 노는거야” 이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지만 스트레스는 전혀 안 받는다. 그리고 들려주고 싶은 얘기도 많다. 음악으로 메시지를 전하고자 우리는 늘 노력한다. 우리가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영감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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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국을 굉장히 좋아한다. 영국인들은 뭐랄까 젠틀한 듯하지만 미친 것 같은 구석이 있다. 겉보기에만 멀쩡한 나는 영국 음악과 제법 잘 맞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영국을 제대로 느껴보기 위해 내년에 잠시 유학을 갔다 오려고 한다. 그냥 학교만 다니기엔 아쉽고 뭔가 재밌는 일을 벌리고 싶었다. 그래서 학기 시작 전 한 몇 달 정도 동료들과 영국여행을 떠날까 한다. 그냥 여행이 아니라 영화 <비긴 어게인> 처럼 음악제작 여행으로 말이다. 한 세 곡 짜리 EP 정도면 가능하지 않을까. 역시 이 과정을 영상으로 담으려고 한다. 만든 앨범 자체가 나의 포트폴리오가 되어서 유학 생활 동안 뮤지션 예영싱을 멋지게 알릴 것이다.
내 주변만 해도 인생에 큰 변화를 주는 것을 두려워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낯선 문화를 굳이 겪으려 하지 않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피곤해 한다. 나 역시 그런 안정적인 라이프를 살아왔다. 그러다 작년 미국남부여행을 갔고(그마저도 주변에서 엄청 푸쉬해서 겨우 합류한 것이다) 내 생각이 와장창 깨졌다.
내가 영국으로 유학을 가려는 두 번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국은 세계에서 음악시장이 가장 넓은 나라 중 하나이다. 그래서 유학 기간동안 영국인들의 삶을 제대로 보고 오고 싶다. 한국에서는 음악을 배우는 경로가 한정적이다. 영국인들은 어떤 문화 속에서 자라났고 어떻게 음악을 접하는지, 영국 청소년들은 음악을 어떻게 배우는지, 한국과는 어떻게 다른지…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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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음악활동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이 있지만, 내게는 교육에 대한 원대한 비전이 있다. 그런데 이 교육이 그냥 교육이 아니라 ‘음악교육’ 이다. 음악을 가르친다는 의미, 그리고 음악을 ‘통해서’ 가르친다는 의미에서의 음악교육이다
지금 우리는 ‘풍요의 시대’를 살아간다. 이 흘러넘치는 정보들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이다. C코드가 무엇인지 인터넷에 검색하면 바로 알 수 있다. 하지만 C코드와 Cm, C7, Cm7, Caug를 귀로 구분하는 것, C와 Am7이 왜 비슷하게 들리는지 이해하는 것은 못한다. 이렇게 지식을 쉽게 얻을 수록 지식들을 ‘연결’하는 능력은 떨어진다. 하지만 이 '연결하는 능력'이야 말로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만큼, 아니 보다 더 중요하다. 내가 그리고 있는 교육의 핵심이 바로 연결이다.
요즘 글쓰기에 빠졌다. 내가 어떻게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음악이 늘었는지, 어떻게 배움의 즐거움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 어렸을 때부터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상세히 적고 있다. 조만간 수첩 크기의 몰스킨 노트를 사서 이 터져 나올 것 같은 기억과 티칭 아이디어를 하나 하나 기록할 생각이다. 또한 내 주변의 실험쥐들에게 나의 방식을 적용해볼 것이다. 임상실험의 결과들(혹은 부작용)을 지켜보고 나만의 티칭 방법론을 구축해 나가려 한다. 올 한해는 이런 재밌는 실험을 할 것이다. 이것 자체로 나의 음악도 깊어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유별나고 특이하지만, 예영씽은 특별합니다. 그야말로 '스페셜'. 정규앨범, 영국음악, 교육, 글쓰기... 멋집니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