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전하는 jinsungyoon 느슨한 패밀리 콘서트 후기
나에게 있어 이 공연의 시작은 8년 전인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겨울, 마마세이 뮤직스쿨 레벨2였던 시절, 그 누구도 내게 먼저 알려주지 않았던 X-sample의 앨범을 발견했을 때.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인트로가 시작되는 순간, 그 강렬한 드럼소리에 매 순간 전율을 느꼈었다. 곡의 구성, 화성진행, 기타 사운드, 가사, 멜로디 아느하나 흠 잡을 것 없었던 <I Can Control>. NCM, New Folk 등 jinsungyoon씨의 음악을 늘 즐겨들었지만 <I Can Control>은 유난히 더 아끼고 사랑하는 음악이더랬다.
불과 1년 전, 내 음악에 대한, 아니 어쩌면 내 자신에 대한 컴플렉스 등으로 힘든 방황의 시절을 보냈을 때 이 음악을 다시 찾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 음악이 나를 찾은 것이 아닌가 싶다. 매일 일산 분당을 왕래하는 길에 무심코 튼 음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너의 젊은 시절은 어때?” 아직 다 지나지 않은 내 젊은 시간들, 그리고 젊은 나의 음악들까지도 다시 돌아보았다. 나쁘지 않았다. 사실 꽤 훌륭하기까지 했다.
<I Can Control>은 시대를 앞서갔다고 생각될만큼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거칠고 투박하며 다듬어지지 않았기도 하다. 내 첫 앨범 <Enough>와 짧은 내 인생까지도 대입해서 생각해보았다. 상상 뿐이지만 젊은 진성윤씨에게 말을 걸어보기도 했다. 또 상상했다. '그 때의 jinsungyoon씨는 어땠을까?' 하고 말이다. 그 때의 jinsungyoon씨는 알지 못하지만 젊은 ‘파파쌤’은 그래도 조금 안다고 자부한다. 늘 파파쌤을 존경해왔고 지금도 존경하지만 당시에는 이해하기 힘들거나 옳지 않다고 여겨지는 부분도 있었다. 지금의 파파쌤과 같지만 또 달랐다.
하지만 파파쌤은 그 수많은 아쉬움과 후회들을 뒤로하고 지금까지 성장했다. 감히 제자가 스승을 이렇게 평가하고 논할 수 있는것을 가까이서 그를 지켜왔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 공연이야말로 ‘젊은 jinsungyoon’ 에서 벗어나 ’성숙하고 전인적인 jinsungyoon’의 길로 본격적으로 들어선 계기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공연이 내게 더욱 뜻깊다. 나도 자신을 딛고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기로 마음먹었으니까 말이다. jinsungyoon콘서트의 가장 대단한 점은 자신의 자작곡으로 통 18곡 중 16곡을 채운 것이다. 한 마디로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또 느꼈다. ‘난 아직 멀었다.’
심지어 이번 공연에서 그렇게도 동경하던 <I Can Control>을 연주하고, 재녹음해서 앨범에 실리기까지 하는 큰 영광이 갑자기 찾아왔다. 처음 이렇게 결정이 되었을 때 정말 뛸듯이 기뻤다. 그 때 그 시절을 완벽하게 재현해내기는 힘들었지만, 그 젊은이들의 연주를 다음 세대의 젊은이들이 다시 연주해냈다는 것 자체가 뜻깊다. 이 음악이 과거에 묻히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I Can Control> 뿐만 아니다. 내가 즐겨듣던 jinsungyoon씨의 음악이 다시 연주하고 재탄생되는 과정 자체가 즐겁고 뿌듯했다. 이건 사실 나에게 있어서는 굉장한 특권인데, 남들은 이걸 알 턱이 없다. 하여튼, 준비하는 과정이 곧 보상이 되었던 공연이었다.
‘음악으로 인생을 말한다’는 jinsungyoon을 두고하는 말이다. 공연의 진행 자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성된 것이 좋았다. X-sample 시절의 음악으로 첫 스타트를 끊고 시간의 순서대로 New Folk, Music Tree, 윤축시 등을 차례로 소개하며 스토리텔링과 함께 연주한 것이 훌륭한 판단이었다고 본다. 이로 인해 다소 길 수 있었던 공연의 러닝타임이 스토리로 관객을 몰입시킴으로 인해 상쇄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인생을 음악으로 말했기에 어느 누구도 함부로 재단하거나 평가할 수 없는 하나의 작품이 탄생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나는 언제쯤 내 인생을 음악으로 녹여낼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앞전에 말한대로 ‘아직 멀었을’ 것이다. 하지만, 매일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음악하며 꿈꾸며 내 삶을 살아간다면, 언젠가 당당히 내 음악으로 인생을 말하노라 외칠 수 있지 않겠는가. 더욱이 이 또한 내 음악이며 내 인생인 것을. 이 순간들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어찌 먼 훗날의 모습을 기약하겠는가.
어쩌다보니 공연감상평이 아닌 개인의 하찮은 수필이 되어버렸다. 백 마디 말이나 한 마디 말이나, 무엇을 온전히 담아내기에는 부족하기 매한가지인 법이다. 또 다른 구성원들이 멋지게 나머지 여백들을 채워주었으리라 믿는다. 나의 사랑하는 멘토 파파쌤, 응원하는 뮤지션 jinsungyoon, 존경하는 사람 진성윤씨에게 애정을 담아 이 글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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