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스맨, 처음부터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것인
거창하게 한 번 제목을 적어봤다.
누군가는 그렇게 이야기 할 지 모른다.
“왜 굳이 그렇게 블루스만 하려 하냐”고.
그렇지만 나는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블루스는 처음이고, 현재이고, 끝이다” 라고.
블루스를 시작하게 된 건, 201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겨울, 나는 꿈에 그리고 그리던 파파쌤 (블루스 기타리스트 진성윤씨)의 수업을
받을 기회가 생겼고, 기타레슨을 시작하게 된다.
처음 과제를 접했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에릭클랩튼의 ‘Love In Vain’ 영상이었다.
통기타 한 대로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었는데, 역시 블루스였다.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이렇게 좋은 음악이 있었다니!”
https://youtu.be/OZCREueK6OI
(Eric Clapton - Love In Vain 영상 링크)
그때부터 에릭 클랩튼에 빠지게 되어 블루스에 심취하게 되었다.
아니, 심취 정도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블루스는 곧 내 인생이 되었다.
지금까지도 나의 기타는 재즈나 퓨전을 하지 않고 ‘블루스만’ 고집하고 있다.
인트로가 길었다.
어쨌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나는 앞으로도 블루스를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폭탄발언을 하자면, 현재 나는 댄스음악, 아이돌 음악을 만들고 있다.
또 팝 노래도 쓰고 알앤비도 하고 재즈도 노래한다. 이것은 블루스에 대한 배신인가?
처음에 작곡 일을 시작했을 때에는 굉장한 회의감과 갈등이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작곡 일이란, 내 앨범 발매를 위함이 아닌 다른 아티스트에게 곡을
제공하는 일을 의미한다. 대중음악시장의 실태, 그리고 그 곡들이 어떻게 만들어져 가는지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관여하면서, 음악시장에 대한 큰 환멸을 느꼈다.
그리고 가장 중요했던 생각은 “내가 이런것들을 만드는 것이 맞는가?”하는 의문이었다.
죄책감마저 들었다.
2019년 4월부터 일본에 가면서부터 나는 이제까지 접하지 못했던 수많은 음악들을 접하고,
직접 연주하며, 노래했다. 소울음악, 알앤비, 재즈, 네오소울에 심취했고, 처음으로 블루스가 아닌
것들을 공부하고 좋아하게 되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잠시, 아주 잠시동안 블루스에 소홀하기도 했다. 지금이 시점에서 나는 일본에서 이제까지 벌여놓았던 일들에 대해서 회고하고 사색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4년간의 도쿄 생활, 그것에 대한 마침표와 동시에 새로운 문단이 시작되는 기로인 것이다. 이것을 음악적인 관점에서 사색하고 서술해보고자 한다.
사실 서두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제까지 내가 하는 음악은 블루스였고, 앞으로 내가 하는 음악도
블루스일 것이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싶을 것이다. 댄스음악이 어떻게 블루스이고, 팝 음악이 어찌
블루스란 것인가?
오랜 시간동안 블루스를 공부하고 연주하면서, 어느샌가 내 음악의 뿌리에는 블루스가 깊숙이 자리잡게 되었다. 전문용어를 좀 쓰자면, 이젠 어떤 곡에 기타솔로를 해도 먼저 그 키의 펜타토닉부터 찾는다. 그것도 메이져가 아닌 마이너를 섞어서. 쉽게 얘기하자면, 이제는 어떤 곡을 연주해도 자동적으로 블루스스럽게 연주한다는 말이다. 얼마 전 이제까지 작곡한 곡들을 찬찬히 다시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내가 쓴 멜로디 안에 블루스적 요소가 다분히 들어있었다. 메이져 키에서 마이너 음계를 쓴다던지, 갑자기 블루 노트(Blue Note)를 쓴다던지 하는 것들이었다.
그 때, 이제까지 고민했던 것들이 한 순간에 정리가 되었다.
“아, 이미 내 안에는 블루스가 깊숙이 들어있구나!
내가 어떤 음악을 해도, 그 중심을 잃지 않으면 그것은 내 음악이구나!”
물론, 아무 음악이나 해도 상관없고, 내가 뭘 하든 그건 블루스가 된다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블루스를 잃지 않고, 내 중심에 단단히 그것이 자리잡고 있다면, 다른 음악을
해도 그 음악들은 나에게 해가 아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성경에도 이런 말이 있다.
“하나님은 사람의 외모가 아닌 중심을 보신다”
성경구절까지 들먹여서 하나님께 조금 죄송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면서 하고싶은 말은 나의 음악에도 ‘중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되돌아보면 작곡 일을 하면서 미디에 대한 지식이 매우 많이 늘었고,
또 사운드에 대한 식견도 굉장히 넓어졌다. 또 알앤비 등을 공부하면서 노래실력도 아주 많이
안정적으로 되었고, 가창력이 늘었다. 내 음악에 방해가 아닌 플러스가 된 것이다.
물론 이것에는 큰 지혜와 분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일렉기타를 처음 제대로 배우기 시작했을 때,
선택적으로 재즈를 공부하지 않았던 선택은 아주 의도적인, 지혜로운 선택이었다.
이렇게 가지치기를 잘 해주며, 지혜롭게 선별해서 공부할 필요는 있다.
결론적으로 앞으로 나의 음악은, 여러 음악의 요소들이 들어있을 것이다.
미디 사운드도 더욱 활용할 것이고, 알앤비스러운 창법과, 네오소울의 레이백 그루브,
재즈의 스캣 등이 모두 들어있는 다채로운 음악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음악의 중심에는 언제나 블루스가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다른 음악을 활용한다면 그 이유는 오롯이 블루스를 대중들에게 더 친숙하게 들려주기 위해서 일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블루스음악을 한 번 들어보길 권한다.
처음에는 듣기 좋지 않더라도, 좋아하려고 노력해보아달라.
나에게 관심있다면, 나의 음악에도 관심을 가져주시라.
나의 음악을 유심히 들어보며, 느껴보시라. 그 안의 블루스를 찾아보시라.
더욱 발전해가는 나의 음악을 기대해주시라. 여러분들을 실망시키지 않을테니.
- SSAM
블루스, 즉 한가지만 고집하는 것이 또한 폐쇄적인 삶이 과연 그저 '단순함' 에 그치는 개념일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삶은 그렇게 단순한게 아니기 때문이고 필연적으로 복잡한 인생에서 한가지를 고수하며 사는 인생은 중심을 가지면서 변화무쌍한 창조적인생을 살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