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뚫었다
4월 1일. 딜라이트의 쇼케이스가 끝이 났다. 작년 가을부터 올해 봄까지, 긴 여정이었다.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까지, 한 명의 뮤지션을 메이킹하기까지 정말 많은 고민과 수고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 중 어느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과정 자체가 보상이었으니까.
세 번에 걸친 발매가 끝나고, 이제 팬들을 불러 공연을 할 차례만 남았다. 이번 쇼케이스는 딜라이트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의미있는 행사였다. 간섭도 없고 오염도 없는 우리만의 공간에서 음원을 올리겠다는 과감한 결정, 우리는 돈 되는 것이 아니라 눈을 뗄 수 없는 ‘작품’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세상에 공개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마마세이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날이었다.
이 기념적인 날을 어떻게 준비할까 대화하다 구체적인 명 수를 정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 구체적인 명 수를 정해보자.
- 얼마할래?
- 음…
- 200명..?
- 200명.....?
- 좋아. 그럼 공연을 두 번 해야 하나.
- 아니 그냥 토요일 한 번만 해.
- 이 인원을 수용하려면 벽을 뚫어야겠는데?
그렇게 200이라는 목표를 향한 움직임이 바쁘게 굴러갔다. 뮤지션들은 김밥 한 줄씩 챙기며 버스킹을 나갔다. 그렇게 마마세이의 새로운 팬이 되어줄 사람을 만날 생각에 들뜬 마음으로 공연 전날까지 꾸준히 나갔다. 발로 뛰는 홍보건 안 뛰는 홍보건 일단 다 했다. 거울을 보면 내 눈동자에 200 이라는 글자가 보일 것만 같았다.
항상 뒷주머니에서 대기 중인 딜라이트 쇼케이스 초대장
결정해야 할 것이 하나 남았다. 그래서 벽을 뿌실거냐? 좀 더 지켜보자 좀 만 더 지켜보자 하다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결단을 내렸다. 퍽 퍽 퍽. 공중에서 못이 날라가고 공연장 전체가 먼지로 뒤덮였다. 이 사건은 굉장히 상징적이었다. 실감이 났다고나 할까. '정말 하는구나. 정말 이 정도로 해야만 하는구나'.
벽을 뚫고 스위치를 고정할 곳이 없어서 옷 거치대에 붙여버렸다.
솔직히 말해서 내 인생에서 나는 벽을 뚫어본 적이 없다. 진짜 벽을 뚫는다는 게 아니라, 이런 큰 일을 저질러 본 적이 없다는 말이다. 현실을 따지고 결정을 미루고 때가 지나 후회하는 일이 많았다. 벽에 달려있던 책장이 부셔지며 못이 내 머릴 스치는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잠시 다른 사람이 된 것만 같은, 난 원래부터 과감한 사람이었던 것 같은 그런 느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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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4월 1일에는 200명이 오진 않았다. 하지만 버스킹을 인연으로 또 한 번 우리를 찾아와준 귀한 팬들을 만나 진심으로 기뻤다. 우리는 계속해서 200명을 향해, 아니 2000명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딜라이트의 음악을 통해 또한 우리의 이런 말도 안되는 라이프 스타일을 통해 거짓말 같은 꿈을 꾸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 벽을 뚫고 200명을 맞이할 준비를 끝마침으로서, 그제서야 우물쭈물 해왔던 우리가 <거짓꿈>을 부를 자격을 얻은 것만 같았다.
우리의 편이 되어줄 사람을 찾고 있다. 마마세이는 팬을 ‘편’ 이라고 부른다. 아티스트를 동경하거나 소비하는 1차원적인 개념에서, 함께 그 흐름에 동참하는 편으로 이 ‘팬’의 의미를 재정의 한다.
들끓는 마음을 풀 곳이 없어 숨어지내는,
마치 같은 천에서 잘려나온 것만 같은 언더독을 우리는 기다린다.
벽을 부쉈다는 건 우리한테 정말로 큰 의미를 주었다.
어느 누가 공연 2일 전에 벽을 부수자는 큰 결정을 할 수 있는지…
앞으로 우리가 활동하는데 있어서 마음을 단단히 지킬 수 있는 하나의 동기가 되었다 …😳
앞으로가 훨씬훨씬 더 길 마마세이의 훌륭한 역사에서 길이길이 남을 벽을 부순 날.. 정말 거짓꿈을 증명하는 사건이었죠. 작곡가인 저조차도 무대에서 멘트를 하며 '아 거짓꿈이란게 이런거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속이 시원했답니다. 딜라이트 1집은 대범함이라는게 무엇인지, 믿음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몸으로 느끼게 해 준 감동적인 사건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