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컴플렉스를 치료해준 친구들
나에게는 수준 높은 친구들이 있다. 배울 점이 많다. 자기 분야에서는 정말 입이 떡 벌어지는 천재다. 나는 이 친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아 여기까지 왔다.
물론 동갑에게 도움을 받는다는 건 때론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기도 하다. 나를 괴롭히는 컴플렉스가 하나 있다. 일명 ‘막내 컴플렉스’. 내가 종종 사나워질 때마다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곤 한다.
나는 위에 언니가 둘이나 있다. 그것도 아주 전교 1등이 지겨워 죽겠는 엘리트에 부모님 말은 어찌나 잘 듣는지. 아마 언니들이 하도 알아서 잘 크길래 하나 더 낳아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을거다. 근데 왠걸 집안에 변종이 태어났다. 그래도 귀여우니까 도로 넣을 순 없고. 공부 잘하는 집안에 음악을 하겠다고 뻐기고, 하나부터 열까지 다 지 맘대로 하는 과격분자. 지조있는 우리 집안과 너무도 안 섞여서 언니들의 무시를 꽤나 받았다. (엄마가 다리에서 주워왔다고 했을 때도 나름 일리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누군가 나를 도와주거나(밥 위에 생선 발라서 주는 거, 물건 두고 갔을 때 챙겨주는 거, 넘어졌을 때 일으켜 세워주는 거, 병원 가라고 잔소리 하는 거, 다 아는 데 모르는 사람 취급하고 알려주는 거 등등) 막내 취급을 하면 습관적으로 물어뜯는다.(진짜 무는 건 아니고 공격적으로 나온다는 말이다)
그래도 배움의 열망은 또 커서 혼나거나 조언을 들을 때에 진심으로 받아들일려고 노력한다. 무조건적인 순종이 아니라 언제나 이해하고 싶었다. 삶 속에서 스쳐지나가는 아주 작은 부분에서도 배우려고 한다. 과연 수그리고 배울 태도를 취할 것이냐 자존심을 부릴 것이냐, 이게 바로 내 자신과의 싸움이다. ‘막내 컴플렉스’는 이런 것이다. 그래도 돌이켜보면 대부분은 옳은 선택을 한 것 같다.(가끔 눈 돌아갈 때 있음)
친구들과 지낼 때에도 마찬가지다. 아니 사실 가장 값진 가르침은 동료로부터 얻는다. 어른 또는 어린 사람에게 배우는 것은 쉽다. 하지만 동갑은 묘하게 어렵다. 막내 컴플렉스가 쉽게 발동한다. 그치만 그것을 이겨내고 받아들이기를 선택하면 아주 많은 것을 얻는다. 보장할 수 있다. 조금 더 어렸을 때에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나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생길 때마다 친구들에게 먼저 조언을 구한다. 생각해보면 굳이 이기려 들 필요가 없다. 굳이 날 방어할 필요가 없다. 조언은 나에게 좋은 것이고 내가 기쁘게 받아들이면 그 사람과의 관계도 좋아진다. 날 세우면 잃는 게 많고 받아들이면 좋은 것만 있고.(그러나 무분별한 조언은 잘 가려서 들어야 한다) 내 머릿속에서는 도저히 안 나오는 것들을 이렇게 명쾌하게 얘기해주니깐 말이다. 사람은 한 가지 이상은 남들보다 특출나게 잘하는 것이 있다. 남에겐 너무 어려운 일이 내게는 숨 쉬는 것만큼 자연스럽고 쉬운 게 꼭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서로 도우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럴 때 엄청난 시너지가 일어난다.
영향을 받는 것은 예측 불가능한 일에 뛰어들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연약함을 인정하겠다는 것이기도 하다. 나를 위해 진심으로 조언하고 고민해준 친구들에게 요즘따라 감사함을 크게 느낀다. 내가 먼저 누군가를 가르치기 전에 배우려고 한다면 많은 것이 바뀔 것이고 둘 사이의 벽이 허물어 질 것이다. 이 사실을 인정하기 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이제는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날 가르쳐달라고 말할 수 있다.
“친구들아, 나의 선생님이 되어줘”
파이팅!!!
어려운 동갑내기여도 자존심을 버리고 사랑하기를 선택하는 것! 정말 멋진 일이야. 우리의 삶은 더 멋져질거야. 느껴보지 못한 시너지의 황홀함으로 가는 길이다 정말! 너의 글 덕분에 나도 다시 한 번 더 마음먹게 된다. 고마워요 영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