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AM 동경생활을 정리하다
저는 보통 눈물을 보이지 않는 편입니다.
감정보다는 이성이 앞선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데 최근에는 많이 눈물을 보였습니다.
스스로도 이런 자신의 모습이 낯설더군요.
그도 그럴것이, 햇수로만 치면 5년이나 되는 동경생활을 정리하고 있으니 말이죠.
오랫동안 몸담은 곳에서 떠나기란 참 쉽지 않습니다.
마음 붙였던 사람들, 장소들, 공기… 이 모든 것들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겨야 하니 말입니다.
어제 교회를 갔는데, 설교 본문의 첫 말씀이 공교롭게도
“사무엘이 죽었습니다” 였습니다. 그 뒤로 이어서 이스라엘의 온 백성이 그를 애도했다고
나와있었습니다. 제가 아직 죽은 것은 아니지만, 제가 몸담았던 공동체들을 떠나면서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가 라는 의문이 들더군요.
스스로를 객관화시켜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많은 결점들이 보였습니다.
교만한 마음이, 게으른 습관이, 미성숙한 성품이 보였습니다. 더 섬기지 못한 지체들의
얼굴이, 내가 있어야 했던 자리들이 보였습니다. 마음이 무척 괴로웠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질문, “하나님은 나의 4년을 어떻게 보셨을까?…”
이런 마음을 가지고 하나님 앞에 나아갔었습니다. 기도 중에 제게 들렸던 음성은,
“플랜 B가 아니다” 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제가 동경생활에 대해서 가지고 있었던 컴플렉스,
이것이 끄집어내졌습니다. 저는 올해에 들어서 지속적으로 자책하고, 위축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도쿄에 온 것이 잘못된 선택이었다’며 스스로를 탓했죠. 여기서 보냈던 시간들이 후회되고, 허무하게 느껴지는 나날들이었습니다. 함께 음악하는 동료들에게도 여실히 이 마음을 나눴었습니다.
그런데”플랜 B가 아니”라니, 이게 무슨말인가 싶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어느 길을 가건 우리가 하나님 안에만 거한다면 우리의 선택을 통해서 역사하십니다.
적어도, 머릿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정확히 의미는 알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플랜 B가 아니’라는 말이 조금씩 이해가 되었습니다.
물론 더 좋은 선택이 있었을 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하나님께서 인도해오시고 허락하신 것들을
다 부정하고 자책하기만 한다면, 그것도 좋은 마음가짐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얼마 전 부모님과 아내가 일본에 왔다갔더랍니다.
함께 여행하고, 짐정리도 하고, 속깊은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그러면서 신기하게도 이제까지의 결산,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이 더 선명하게 보이게 되었습니다.
특히 나의 주변 환경, 특히 가정을 잘 ‘유지’해나가는 것의 중요성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감사한 시간이었죠.
아내를 얻고, 많은 동료들을 얻고, 음악으로 처음 일을 해보고, 무엇보다 공동체의 진짜 의미와 소중함을 깨닫고… 이 모든 것들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고백합니다. 어느 것 하나도 하나님께서 개입하지 않으신 일이 없었고, 내가 틀린 길을 가려고 할 떄면 하나님께서 나를 막으시고 선한길로 늘 인도하셨음을 느낍니다. 이것만으로도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나는 그래서, 앞으로의 일들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저는 이제 한국으로 살림의 거점을 정하고, 오사카로 음악의 거점을 옮깁니다. 오사카에 가는 것은 진짜 ‘내음악’을 하기 위함이죠. 마마세이 레코드의 일본 비즈니스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여러가지 일들을 펼쳐나갈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트리오와 저, 이렇게 음악활동을 열심히 해가려고 합니다.
나에게 올 해 주어진 큰 과제들, 세가지입니다. 가정, 내 음악, 리더. 가정은 ‘유지’ 하고 ‘내 음악’할
궁리하고, 진정한 ‘탑리더’로써 거듭나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쉽지 않은 시간들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하나님께서 이제까지 인도하셨듯이, 앞으로도 인도하실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며 살아가렵니다. 여러분 지켜봐주시고, 나의 허물이 있다면 질타해주십시오. 겸손히 듣겠습니다. 또 응원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SSAM이었습니다.
풀랜B가 아니다. 그것을 믿고 4년전 그 봄에 그대로인 SSAM 을 지지하고 보냈었습니다!
w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