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나는 기계를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나 하나 뜯어보며 만든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아이폰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기계 중 하나다. 나도 아이폰을 수년 간 애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이폰에 열광하는 이유는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혁신적인’ 제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조금 더 ‘사소한’ 이유에서 아이폰을 좋아한다.
아이폰에는 타이머가 있고 알람이 있다. 타이머가 울릴 때는 사진처럼 중단이 위에 크게 주황색으로 뜬다. 알람은 반대로 다시 알림이 크게 뜨고 ‘중단’이 작게 뜬다. 기상알람을 무의식중에 꺼버리고 잘까봐 반복을 누르게끔 한 것이다. 이 사소한 비밀을 발견했을 때의 소박한 기쁨이란..! 이런 디테일을 아이폰에서 많이 찾을 수 있다.
언제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쫓아왔었는지는 모르겠다. 가만보면 나의 음악이 그런 것 같다. 화려하지 않고 빈 듯한 트리오 사운드를 지향한다. 내가 쓴 노래가 그렇고 연주로 표현될 때도 그렇다. 음악을 처음 배우면서 내 나름대로 다짐했던 것이 있었다.
‘아주 많이 많이 배우자. 열심히 흡수하자. 그러나, 내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 배운 티를 내지 말자. 내가 아는 이론들이 사람들에게 편하고 아름답게 들리도록 하자.’
아이폰을 한 번 써본 사람들은 폰을 잘 바꾸지 않는다. 익숙해지는 것이다. 사소한 배려에 나도 모르게 길들여진다. 여튼 그래서 그런지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의 마음에 언제나 관심이 간다. 기계든 곡이든,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의 마음은 다 똑같다.
올해 가을, 드디어 나의 정규 앨범이 발매된다. 9월 9일 날 두 곡이 먼저 발매되고, 10월 7일날 전곡이 업데이트 된다. 지금은 한창 작업 중이다. 음악을 만드는 것은 아이폰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정교함이 필요하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 신경 쓴다. 나의 음악에 부디 귀 기울여 들어주시고, 나의 사소한 배려를 알아채주길 바란다.
(P.S. 며칠 전에 아이폰 14pro로 바꿨다... 날아갈 것 같다.)
워후, 새 폰 기분 좋겠다. 저도 마침 새폰으로 업그레이드 했는데 아이폰은 참 알듯말듯 미세하게 업그레이드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결코 작은 부분들은 아니죠. 예영싱의 음악도 그렇게 한 앨범 한 앨범씩 아이폰처럼 발전해나가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