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을 돌아보며..
언제나 1,2월은 바쁜 거 같습니다. 설날, 연말정산, 가족여행 등등.. 그래서 저는 3월부터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새 학기도 3월이고 큰 이벤트가 다 지나간 뒤라서 마음이 조금 차분해집니다. 3월의 시작을 맞으며 저의 작년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1년 동안 어떻게 살았고 잘 살았는지.. 그래야 이번 새해를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한번 둘러볼까요?
저의 2022년은 4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집니다.
음악, 학교, 성품, 신앙
지난 3월 양가죽 프로젝트라는 세션 그룹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회사 식구인 BH Gaeun이랑 Mr.Chicken이랑 같이 연주하고 편곡하고 커버하는 그룹입니다. 양가죽을 시작하며 가장 좋은 점은 악기 연습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연습만 하면 지속하기 어렵지만 영상으로 만들고 규칙적으로 업로드하기로 정하니까 늘 꾸준히 연습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현재도 계속 활동을 하는 중인데요. 곧 새로운 영상이 올라올 예정이니 많은 관심바랍니다ㅎㅎ
6월에 귀국한 후엔 정말 많은 공연이 있었습니다. 이젠 일상이 되어버린 버스킹부터 레코드 식구들과 함께한 무대까지.. 늘 느끼는 건데 같이 음악 할 때가 제일 재밌습니다.
여름에는 인스타 활동을 활발히 했습니다. 하루에 매일 하나씩 업로드하는 걸 목표로 삼아 여러 컨텐츠도 기획했죠. 유명한 곡의 사운드를 따라 만드는 거라든지, 독서를 한 후 드는 생각을 올린다든지..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매일 게시글을 올렸는지 참..ㅎㅎ
가을 즈음에 다시 영국으로 갑니다. 영국은 9월 학기제이기 때문에 2학년 생활이 시작됩니다. 2학년부터는 대외적인 음악 활동을 더 많이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몇몇 친구들과 함께 곡 작업도 하고 밴드 활동에도 꽤 참여했었죠.
12월부터 2월까지는 싱어송라이터 deLight의 정규앨범 작업을 하였습니다. 3개월동안 믹싱만 하니 실력이 안 늘 수가 없죠ㅎㅎ 특히나 2월에 휴학하고 나서는 녹음부터 편곡까지 꽤 많이 참여하게 되어서 음악적으로 너무나 풍성한 시간이었습니다.
뜬금없이 휴학 얘기가 나와서 좀 설명해 드리려고 합니다. 2021년 9월에 영국 유학 생활을 시작하며 1년 반 동안 외국에서 살았습니다. 1년 반이란 시간이 남아있는 시점에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지금 이대로 면 안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저의 목표는 영국에서 음악을 하는거지 한국에서만 음악을 하고 싶은 건 아니었거든요. 영국에서 음악을 하기 위해선 '비자'를 통해 몇 년이나 머물 수 있는지 기간을 받을 수가 있는데요. 학교를 졸업하면 영국에 머무를 수단이 없기 때문에 이대로 어영부영 졸업을 한다면 얄짤없이 한국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습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영국 생활을 하며 비전을 많이 잃었습니다. 빛을 잃어버렸다는 게 더 비유적인 표현일까요? 늘 과제가 제일 급했고 음악을 숙제로 여겼습니다. 저는 음악이 좋아서 선택했는데 말이죠. 몸이 멀어져서 그런지 한국에서 같이 꿈꾸던 비전들이 점차 희미해져갔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모든 과정을 잠시 멈추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휴학입니다.
귀국하여 앨범 작업도 하고 같이 생활하면서 마음 어딘가가 채워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따뜻한 공동체 안에 속해있을 때 느끼는 감정인 거 같아요. 휴학을 하는 1년 동안 무엇을 할지 목표를 세우다가 '자기 음악 전략서'라는 것을 세우게 되었죠. 자세한 내용은 이전 게시글에 있답니다ㅎㅎ
이 휴학하는 시간이 절대로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2023년이 될 겁니다! 다시 복학하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생활하리라 다짐합니다.
다시 3월로 돌아가 볼까요? 이맘때쯤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 'Mamasay Music School'에서 비전트립을 영국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곳저곳 소개도 해주고 부족한 실력으로 요리도 만들었던 좋은 추억이었죠. 이때 가장 중요하게 깨달은 것이 리더십입니다. 좋은 공동체가 있고 좋은 사람들이 있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 것.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리더'가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것을 '분위기를 만드는 리더십'이라고 이름을 짓고 목표로 하게 되었습니다. 분위기는 우연히 만들어지는 게 아닌 저로 인해 만들어지는 것이죠
방학을 맞아 귀국을 한 뒤엔 두 가지 깨달음이 있습니다. 동료 뮤지션으로부터 못 본 새에 사람이 부드러워졌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동시에 리더십이 성숙해졌다는 말도 들었죠. 아무래도 영국 생활을 하면서 몸에 긴장이 풀리고 나 자신을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영국 생활에서 얻은 값진 경험이죠. 리더십이 성숙해진 것은 '분위기를 만드는 리더십'과 함께 '다음을 생각하는 리더십'을 깨달아서 그런 것 같아요. 분위기를 만드는 사람은 어떤 큰 행사가 끝난 뒤에 쉬는 게 아니라 그다음 일을 이어서 생각하는 것을 말해요. 그런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공동체는 같은 자리에 머무를 수밖에 없죠.
9월에 개강한 뒤엔 역시나 생활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부터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점점 늦게 잠에 들고 딴짓을 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게임이나 유튜브에 시간을 많이 쓰게 되었죠. 이러한 생활은 1월에 가장 심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게임을 삭제하고 유튜브 구독과 홈 화면을 모두 정리했습니다. 음악 관련만 나오도록 말이죠. 지금도 계속 유지되고 있습니다. 아마 이런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면 저는 낮과 밤이 완전히 바뀌었을지도 모릅니다ㅎㅎ
휴학 후 한국에 들어오면서부턴 생활을 다잡고 있습니다. 루틴이라는 이름하에 규칙적인 수면, 운동, 식사와 공부,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새해 목표 중 하나입니다. 다들 하나씩은 있지 않나요?ㅎㅎ
살면서 겪은 가장 특별한 경험을 꼽으라면 저는 영국에서 받은 세례를 언급하고 싶습니다. 세례는 기독교에서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자신이 정말 믿고 있다고 모두에게 선포하는 날이죠. 이러한 행사를 영국에서 받은 것도 특이한데 저는 그걸 침례로 받았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물에 한번 푹 적셨다가 나옵니다. 가장 전통적인 방법이면서 세례의 의미가 상징적으로 잘 담긴 방식입니다. 인생에서 세례는 한번뿐이니 침례로 받게 된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됩니다. 신기하게도 이 날이 제가 태어난 날 4월 17일이어서 의미가 더욱 뜻깊었습니다.
영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한인교회에서 여러 가지 공부를 했습니다. 성경을 읽으며 기독교에 관한 지식을 쌓고 교회에서 작은 그룹을 이끄는 리더가 되기도 했습니다. 평소 내성적인 저에게 아주 큰 도전이었고 기독교에 발을 들인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배우는 중요한 공부였습니다. 여러 봉사활동도 하고 이벤트도 열어서 재밌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여름에 돌아와서는 선교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울진이란 곳으로 가게 되었는데요. 짧은 시간 동안 비슷한 나이 또래들과 다녀왔고 함께 기도하고 함께 슬퍼하고 함께 땀 흘렸습니다. 그 시간이 너무나 강렬하고 의미가 깊어서 2022년의 큰 이벤트 중 하나라고 생각이 되네요. 제가 처음으로 전도를 한 곳이기도 합니다. 절대 잊을 수가 없는 선교입니다ㅎㅎ
개강한 뒤엔 조금 새로운 목표를 세웠습니다. 영국 현지인들이 다니는 교회를 찾아보는 것이죠. 그래서 매주 이곳저곳을 다니며 다양한 교회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스타일이 많더라구요. 예배하는 곳이 마치 콘서트장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한국과 비슷한 느낌도 있더군요. 참 신기한 경험이었죠.
휴학을 한 뒤엔 한국에서 한 가지 규칙을 정했습니다. "하루에 세 번, 10분씩 매일 기도하자!" 성경 인물 중 다니엘이란 사람이 이렇게 기도를 드렸다고 해요. 그것도 평생을요! 그 모습을 본 받으며 기도를 열심히 하자는 취지로 시작하였습니다. 요즘도 열심히 기도하고 있어요ㅎㅎ
2022년이 어땠냐를 종합해 보자면..
비전을 잃고 사랑을 잃어서 휴학을 했고, 리더십을 알아도 행하기엔 나 자신의 생활이 부족했지만, 신앙적으론 성숙해졌고 점점 더 성장 중이며, 그동안 음악을 해온 시간과 노력들이 하나의 목표로 합쳐지는 시간이었습니다. 2023년엔 마음을 회복하고 몸을 건강하게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1년 동안의 습관이 앞으로 죽을 때까지의 저를 만들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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