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9일. music bar rpm에서 Chick Corea의 Spain으로 잼세션을 하다.)
(그당시의 기억을 그대로 전하고 싶어 인스타그램에 적은 글을 가져왔다는 점 이해바랍니다.)
오늘은 꼭 기억하고 싶어 이렇게 남겨본다.
일본으로 여행을 왔다. 도쿄로, 일주일 안되게. 나의 여행은 당연히 음악이 빠질 수 없다. 어제도 라이브 바 오늘도 라이브 바를 왔다. 오늘은 RPM이라는 곳. 이곳은 잼세션을 제대로 하는 곳이었다. 현재 음악계에서 활동하는 연주자들과 함께 즉흥연주를 하는 것인데 이곳에서 피아노로 참여해보았다. 싱어송라이터 SSAM의 보컬과 함께.
그런데..
SSAM이 ‘Spain’이라는 노래를 골라버렸다. 말하는 순간 연주자들 모두 당황한 기색이 역력. 당연히 나는 벙졌다. 연주해본적은 있지만 그건 다른 악기였고 심지어 안친지 오래됐다. 템포도 빠르고 박자를 정확히 맞추는 섹션과 사악한 빠르기의 유니즌도 있었다. 급하게 핸드폰을 챙기러 테이블로 뛰어가며 속으로 큰일이 났다고 연신 울부짖었다.
모든걸 즉흥으로, 처음보는 연주자들과 함께, 말은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 당연히 내 솔로도 했다. 너무 정신없어서 잘 기억이 안난다. 폭풍같은 연주가 끝나고 망친것같아 움츠러들었을때 같이 연주한 SSAM의 말은..
“내가 본 너의 솔로 중에 오늘이 최고였어”
너무 믿기지가 않았다. 그래서 영상을 확인해봤다. 근데 왠걸 내가 친게 아닌것 같았다. 내가 친적 없는 연주, 지어보지 않은 표정과 집중력이었다. 어안이 벙벙한 내가 궁금해서 물었다. 처음부터 찍고 있었냐고. 근데 그게 아니었다. 찍을 생각이 전혀없었는데 내 솔로가 시작하자마자 이 연주는 좋을 것이라는걸 느끼고 핸드폰을 들었다고 한다. 그 연주가 바로 이 영상에 담겨있다.
이 연주를 들으며 나는 한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초인적인 힘이 발휘되는구나!‘ 늘상 그리고 최근에 내가 자주 듣는 말은 이런 종류다. ‘끝까지 좀 해라‘,’부지런히 살아라‘,’디테일하게 해라‘ 등등.. 그러던 중 오늘 연주를 하고 나니 내가 불가능해보이는걸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집중하면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사람이구나를 알게되었다. 신기하게도 여행 중에, 잼세션에서 연주를 하며 이걸 깨닫게 된다는게 참..
나는 오늘을 꼭 기억하고 싶다. 나의 이 작은 성공이 더 큰 성공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난 할 수 있으니까, 지난 잼세션에서 멋지게 해냈으니까, 내게 불가능은 없으니까! 지금도 이 영상을 보거나 이때를 생각하면 그 감각과 냄새와 감정이 느껴진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이 느낌. 이런 여행이 될 줄 몰랐는데..너무나 뿌듯하고 감사한 하루였다.
-지난 게시글 jinsungyoon의 "30%의 주도성"에 대한 답글입니다.
30, 70이라지만 보고 듣는 입장에선 100 혹은 그 이상으로 느껴진답니다 우하하 마마세이 우주 정복 머지 않았다!! 🔥🔥
무슨 댓글을 달아야할까 한참 생각하게 되네요. 제이코지의 이 꾸밈없는 표현력, 평탄하고 직접적인 문장들.. 일단 재미있다. ㅎ
저 마지막 사진을 보면서 웃음이 안나올수가 없구만. 뭐라고나 할까.. 그저 함께하면서 서로 배운다고 말하면 될까요? 나도 제이코지 보면서 배웁니다. 명심할건 나랑은 30이고 나가서는 70입니다. 동경의 RPM 에서는 몇프로를 실행했나요? 닥쳐서 하는 솔로, 하지만 스스로 그 환경을 세팅 했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요. 당신도 그런 사람이니 서로 소통하며 나아가 봅시다!